완연한 초록의 대지위에 저마다의 색으로 치장한 봄꽃들이 만개한 시절에 뜻 깊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한 모든 분들의 가정에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수 많은 생의 수행을 통해 열반의 자리에 오르신 부처님께서 스스로 고통을 자처하여 중생의 곁으로 오신 까닭은 중생의 고통이 곧 부처님의 고통이라는 대희대사의 자비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방세계 어디에도 비교할 만한 분이 없고, 세상을 다 둘러보아도 부처님 같은 분이 안 계시다고 찬탄하는 것입니다.
지혜와 복덕을 포함하여 온 법계의 일체를 구족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은 중생과 부처, 자연과 인간, 나와 너, 상과 하, 노동과 자본처럼 어리석은 중생이 마치 대립되고 구분되는 서로가 있는 것처럼 믿어 스스로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무지함을 깨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망에서 못 깨우친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권력과 돈으로 구성원의 상하관계를 구분 짓고 개인 간의 불평등을 조장하는 일부 특권의식을 가진 자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백년도 못 갈 인생에서 재물을 탐하는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잠깐의 마음 닦음으로도 얻을 수 있는 천 년의 보배를 얻지 못하는 무지함은 아직 본래 면목의 불성이 드러나지 않은 까닭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탐욕의 거친 바람은 나눔의 훈풍으로, 분노의 불길은 자비의 물결로, 어리석은 거칠음은 지혜로운 마음으로 채울 수 있는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의 본성이 꺼지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여 상대가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름을 인정한다면 최근에 역사적인 남북 정상간의 대화처럼 기적과도 같은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대중과 함께 하는 생활불교를 근간으로 하는 대승종단으로써 우리 종단과 종도들이 더욱 정진하여 국내적으로는 대립과 갈등의 장벽을 넘어 통일을 향해 가고 세계적으로는 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굶주림 없는 지구촌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세계일화(世界一花)를 이루는 사명에 앞장설 필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흙 속에서도 청결하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우리 모두가 마음 깊이 묻혀있는 불성을 깨닫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한다면 부처님 오신 날에 걸린 모든 등불 하나 하나가 자성의 등불, 법성의 등불, 불성의 등불로 찬연하게 빛날 것입니다.
불기 2562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먼저 우리에게 나투신 부처님으로부터 마정수기를 받아서 장차 부처님이 되실 태고종도를 비롯한 전국의 불자님들과 우리 이웃들 모두 성불하십시오.
불기 2562년 부처님 오신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