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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정등 岸樹井藤 덧글 0 | 조회 4,152 | 2017-12-19 00:00:00
관리자  

안수정등 岸樹井藤 (無常)

 


 

  황량한 벌판에서 맹수에게 쫓기는 사람이 요행 빈 우물을 만났다.

  물은 없으나 뛰어내리기에는 너무 깊었다.

  다행히도 언덕에서 우물로 느려진 등 칡넝쿨이 있어서 그걸 잡고 우물 중간쯤에 매달릴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우선 다급한 걸 면했다.

  그러나 우물 밑에는 독사가 꿈틀거렸고, 우물 위에는 쫓아온 맹수가 버티고 있었다. 또 자세히 보니 자기가 매달린 등 칡 밑 둥을 흰 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 쏠고 있어서 그건 미구에 끊어질 것이 분명하였다.

  여기서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다시 우물위로 뛰어올라서 저 맹수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길밖엔 없다.

  그런데 이 사람에겐 그러한 용기가 없다. 자꾸만 끊어져가는 그 등 칡에 그냥 매달려 있는데, 머리 위 나뭇가지에 꿀벌의 집이 있어서 거기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꾸리 공교롭게도 그의 입술 위에 닿았다. 그는 그걸 핥으면서 모든 것을 잊고 있다는 이야기다.

  황량한 벌판은 인생의 고해요,

  맹수는 무상살귀(無常殺鬼),

  우물은 죽음의 구렁,

  독사는 지옥,

  등 칡넝쿨은 육체의 생명,

  흰 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

  꿀방울은 욕락을 비유한 것이다.

  이것은 무상살귀와 과감히 대결하는 용맹만이, 즉 목숨을 걸고 정진하는 수행만이 살길인데, 어리석은 중생은 미구에 끊어질 육체의 생명을 눈앞에 보면서도 욕락에 빠져서 제정신을 못 차리는 것을 가리키신 법문이다.